지난 2022년 7월, 우리 부부에게 아기가 찾아왔다. 계획 임신이었고 감사하게도 어렵지 않게 아기가 찾아왔다.
임신 시도 첫 달이라 첫 술에 배부르겠냐며, 나도 오빠도 한 방에 아기가 찾아올 거라는 기대는 내려놓고 있었다. 하지만 내게는 왠지 모르게 임신일 수 있겠다는 느낌이 자꾸 있었다. 그래서 임신 3주쯤 오빠에게, "몸이 이러이러해서 뭔가 평소와 다름을 분명히 느끼는데 만약 이번에 임신이 맞다면 나의 동물적 감각을 평생 인정해라."라고 단단히 일러뒀었음.
그리고 임신이 확정되고 나서 나도 오빠도 나의 예민함에 진짜 놀람ㅋㅋㅋ 내가 확실하게 이상하다고 느꼈던 증상들을 공유해 보겠음.
나는 매 달 배란일마다 배란통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배란통이 길지는 않지만 순간 한 5초간 너무 아파서 움직이지 못할 지경으로 통증의 존재감이 대단했음. 자궁에 이상이 있는 걸까 싶었는데 주기적으로 받는 산부인과 검진에서는 항상 문제가 없었음. 생리도 항상 주기가 딱딱 맞았고. (아 그런데 코로나 백신 맞고 난생처음으로 주기가 틀어졌었..) 어쨌든 그런 규칙적이 거 예민한 감각이 있어서인지 임신 극초기 자궁 쪽에 무슨 일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확실히 느꼈던 것 같다.
내가 난소 나팔관 쪽에 통증을 느낀 것이 임신 3주 차니까 수정 후 1주일이다. 일정하진 않지만 주기적으로 몇 번씩 오른쪽 나팔관? 난소? 쪽에 찌릿 뻐근하는 통증이 있었다. 그동안 겪어오던 배란통과는 위치도 통증의 종류도 달랐음. 배란통은 정 중앙에서 뒤쪽으로 딱 한 번만 아픔. 이 통증은 오른쪽만 자주 찌릿 뻐근했음. 그리고 이 통증은 4주 차에 임신키트로 임신을 확인하면서 서서히 사라짐.
척추측만이 있는지라 허리 통증은 평소에도 자주 있었다. 척추측만 등으로 인한 허리 통증은 잘못된 자세, 근육에서 비롯된 통증으로 항상 뻐근한 느낌이었음.
그런데 임신 극초기 증상으로서의 허리 통증은 또 생전 처음 느껴보는 통증이었다. 난소 나팔관 통증 때보다 이상함을 금방 느낄 수 있었음. 통증의 세기가 크지는 않았는데 뭔가 바늘 끝 정도 크기의 찌릿함이 오른쪽 뒤편 허리에서 느껴졌다. 정말 살면서 처음 느껴본 찌릿한 허리 통증이었음. 허리 통증도 난소 나팔관 통증과 같이 오른쪽이길래 왠지 더 확신했던 것 같다. 그리고 만약 임신이라면 오른쪽 난소에서 나온 난자가 수정되지 않았을까 하는 분석도 혼자 해 봄. ㅋㅋ
그 외의 증상으로 그즈음에 좀 피곤했던 것 같기는 한데.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 월급의 노비인 나에게 피곤한 날은 거의 매일이었으니 이것이 임신 때문인지 노비라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 증상은 너무 추상적이라 언급하지 않겠다.
기억에 남는 그 외 증상으로는 치고 빠진 목감기가 있다. 그날은 임신 4주 차 되기 2일 전, 임신테스트기 해보기 딱 하루 전 날이었다.
휴가 시작일이었는데 갑자기 목감기처럼 목이 확 아팠다. 정말 아무 기미도 없이 아침에 일어났는데 목이 갑자기 아팠음. 임신 가능성이 있는데 목이 너무 심하게 아프사오니 코로나인가 싶어서 부랴부랴 코로나 자가키트를 해봤고 다행히 음성. 오빠가 일찍 퇴근을 해서 같이 이비인후과에 가봤다. 별건 아니고 인후염이라며 일단 약을 발라주셨는데 임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까먹고 못 해서 약 발려버림ㅜㅜ 항생제 지어주신다길래 그제야 아차! 하며 임신 가능성 이야기를 꺼냈고 그럼 약 먹으면 안 된다고 따뜻한 물 마시고 스트레스 풀고 푹 쉬라고 해주셨다.
원래 목이 약해서 인후염은 달고 사는 입장이라 이때까지만 해도 다른 통증들처럼 이 목감기를 임신과 관련짓지는 않았는데 신기하게 바로 다음날 씻은 듯이 목감기가 나음....... 인후염 전문가인 내게 너무나 이상한 일.. 그동안의 경험으로 보면 인후염은 최소 2~3일은 가야 하는데 하루 만에 이렇게 증상이 확확 생겼다 없어질 수가 있나 싶어서 이것 또한 임신의 극초기 증상이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찾아보니 임신 극초기에 몸살기운이나 감기기운이 있는 엄마들이 꽤나 있는 것 같다. 이것 또한 임신 때문이었을까? 인체의 신비란.........
만약 생리주기가 일정하고 배란통을 느낄 정도로 몸의 반응에 예민하다면 임신 전 내 아랫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유심히 감각을 열어두고 있는 것도 좋을 듯하다. 왜냐면 임신테스트기를 해보려면 적어도 4주는 되어야 하고, 또 테스트기를 해도 무슨 매직아이처럼 희끄무레하게 두 줄이 보일락 말락 하기 시작하는데. 그전까지 너무너무 애타고 궁금하니까. 혹시 몸이 그전과 다른 점이 없는지 잘 관찰해 보는 것도 소소한 즐거움이겠다.
다만 사람마다 이 임신 극초기 증상이라는 것이 천차만별이고, 어떤 의사는 이런 증상들로 임신여부를 확인하기에는 유의미하지 않다고 보기도 하기 때문에 이러한 작은 증상들을 너무 맹신하다 크게 실망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임신테스트기에서 두줄을 확인하기 전까지 애타고 궁금한 마음을 달래며 소소히 시간 보낼 재미로 여겨주시길. 다들 좋은 때에 사랑스러운 아기 천사가 분명 사뿐사뿐 찾아올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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