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당뇨 재검사로 채혈을 4시간에 걸쳐 4번이나 하고 드디어 공복 15시간 만에 밥을 먹으러 좋은 문화병원 주변 맛집을 찾았다. 범일동 현대백화점에서 먹을까 하다가 좀 더 건강에 좋은 메뉴를 먹고 싶어서 예전부터 찜해놨던 부산 범일동 청림식당으로 향했다.
부산 진시장 뒷골목에 위치하고 있다. 네이버지도나 다음지도에 청림식당을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음. 놀라운 토요일, 놀토에 김동현 맛집으로 소개되었다는 집이다. TV에 출연한 집은 일단 의심부터 하는 편이라 이 주변에 자주 오면서도 오늘 처음 방문해 보았다.
테이블은 홀에 6-7개 정도. 다닥다닥 붙어있지 않고 넉넉히 떨어져 있다. 반찬이 다양하게 나오는 상차림이라 음식을 실은 카트가 다녀야 해서 그런지 쾌적한 거리에서 내 일행과 조용히 밥을 먹을 수 있었음. 토요일 점심에 방문하였는데 손님의 연령대는 주로 40대 이상, 6,70대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많았다. 우리가 다 먹고 나올 때쯤 테이블이 다 차 있었고 아마 룸도 있을 것 같긴 했는데 정확히 확인은 못하였음.
사장님께서 식당을 진심으로 운영하시는 것 같다. 테이블마다 돌아다니시면서 반찬은 입에 맞는지, 모두 국산재료로 정성스럽게 직접 만들었다며 모자라면 더 받으라고 친절히 말씀해 주심. 그런데 뒷자리 할머니께서 사장님 말씀이 끝나자마자 밥이 너무 되다며 바로 혹평을 쏟아내셨는데 조금 있다가 사장님께서 밥이 새로 다 되었다며 더 드시려냐고 한 번 더 챙기시는 모습이 멋지셨다. 할머니께서도 '아니 뭐 괜찮다'라고 '그래도 맛있게 잘 먹었다'라고 훈훈히 마무리는 되었다. 부산 할머니/아주머니들의 말은 세지만 뒤끝은 없고 정이 있는 그런, 말은 말일 뿐인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조금 낯선 '정'을 오늘 다시 한번 느낌. 우리 음식이 나오고 먹어보니 내 입맛에는 밥도 반찬도 모두 다 맛있었음. 아마 이가 안 좋으신 할머니셨어서 조금 힘들게 느끼셨을까. 어쨌든 손님의 말/말투에 감정이 상했을 수도 있는데 일단 받아들이고 피드백하는 모습에 이래서 이 집 음식이 맛있을까 싶었음.
우리는 더덕불고기쌈밥을 먹었다. 2022년 12월 31일 기준 인당 12000원. 더덕민물장어구이는 인당 35000원, 민물장어와 불고기가 반반씩 나오는 것은 인당 25000원이다.
밑반찬이 8개 정도 나오는데 간이 세지 않고 하나하나 감칠맛이 있다. 특히 큼지막한 무가 한 덩이 함께 나오는 코다리 간장찜과 두부와 간장으로 무친 뒤 참기름을 살짝 뿌려 마무리한 브로콜리두부무침이 너무 맛있었음. 특이했던 것은 남편은 밥이 한 그릇, 나는 밥이 반 그릇 담겨있었다. 15시간 공복과 4번의 채혈을 해내고 거하게 한 상 먹으려 했던 임산부는 조금 속상할 뻔했지만 친절하게 더 드시고 싶으면 언제든 말해달라는 안내에 마음이 풀림. 결론적으로 간이 세지 않고 하나하나 다 맛있는 반찬 + 임신당뇨를 걱정하느라 쌀밥의 양은 줄이고자 하는 임산부의 의지가 더해져서 밥은 더 추가하지 않고 대신 다양한 반찬을 골고루 먹을 수 있었다.
쌈의 종류는 다채롭지는 않지만 12000원에 훌륭한 양의 상추와 깻잎, 케일, 당귀가 나왔다. 당귀는 리필이 안되고 다른 쌈야채는 리필이 가능하다 안내해 주셨음. 나는 셀러리 같은 향긋한 향이 나는 당귀를 너무너무 좋아하는데 신랑은 입에도 안 대서 나 혼자 당귀를 다 먹었고 당귀 좋아하는 사람이 혼자 쌈에 곁들여 먹기 딱 맞는 양이었다. 상추와 깻잎은 반정도 남김.
음식에서 아쉬움을 하나 꼽자면 더덕이 살짝 달달하였으나 그것은 내 입맛이고 일반 더덕반찬과 비교하면 딱 맞는 달달함이다. 내가 먹기에도 사실 단독으로 먹기보다 쌈을 싸서 먹었기 때문에 기분 좋은 달달함으로 먹을 수 있었음.
너무너무 맛있었다. 가격도 싼 데다가 너무 달지도 짜지도 않은 딱 맞는 간의 반찬들에 사장님의 진심이 어우러져서 여기는 다음에 꼭 다시 와보기로 다짐하였다. 손님의 거친 피드백도 친절로 맞이하는 사장님의 차분한 성정과 내공을 배워간다.
부산 / 해운대맛집 <스페인클럽> (1) | 2022.12.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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